아이의 표정을 보며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낀다. 학교 다녀온 뒤의 이야기가 줄고 “그냥” 또는 “몰라” 같은 말이 늘었다는 점에서 시작된 의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스스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저녁에 대화가 짧아질수록 마음이 더 신경 쓰였고, 며칠 전 작은 일로 짜증을 내자 아이의 표정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억울하고 속상함이 섞인 기분임을 드러냈다. 이 마음의 흔적이 이후로도 계속 남아있어 아이 마음을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함께 읽기 시작한 책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감정 안내서였다. 제목만 보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아이가 금방 집중했고, 만화 구성처럼 상황이 먼저 다가와 감정을 풀어주는 방식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아이 입장에서도 공부책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져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동생과의 갈등이나 친구와의 오해, 학원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상황들이 이야기로 제시되어 아이가 “나도 비슷한 적 있어”라며 스스로 경험을 말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는 물어봐야 한두 마디가 나오곤 했던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순간이 놀라웠다. 표현 방식이 부족했던 차원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이 돌이켜보면 보인다.

속상해도 짜증으로, 억울해도 화로 표현되다 보니 오해가 생겼던 순간도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도 느끼는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은 기쁜 감정이나 즐거움뿐 아니라 당황, 서운함, 무기력함 같은 미묘한 감정들까지 상황과 함께 다루어 보여 주었고, 감정 단어를 일상에서 접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자연스럽게 아이와의 오늘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곤한 하루였더라도 아이는 친구와 있던 일의 속상함을 조금씩 설명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예전 같으면 지나쳤을 이야기들이 최근에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려 든다. 책에 나오는 감정 다루기 방법도 떠올라 화가 올라올 때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연습도 함께 해 본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기 마음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고 작은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나이임을 고려하면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정답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를 바로 판단하기보다 먼저 들어보는 순간이 생겼다.

요즘은 자기 전 하루에 몇 장씩 같이 읽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읽고 나서 오늘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흐름도 조금씩 생겼다. 예전에는 물어봐야 대답하던 아이가 최근에는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날이 많아져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진다.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루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결국 아이의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다루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자기 마음을 말로 표현해 가는 모습이 요즘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만한 내용이라 생각되며, 천천히 읽어가며 이어 읽기의 흐름을 가족 안에서 지속하고 있다....